내 생각이 맞다는 증거만 찾게 되는 이유, 확증편향

작성자: 마음결

확증편향이란 무엇일까?

한번 어떤 사람을 좋지 않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행동이 전부 다르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넘겼을 행동도 그 사람이 하면 무례하게 느껴집니다. 인사를 짧게 하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사람들 앞에서만 좋은 사람인 척한다고 해석합니다. 반대로 그 사람에게 호의적인 행동이 나타나더라도 우연이거나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에 더 주목하고, 그 생각과 맞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확증편향은 특별히 고집이 세거나 편견이 심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느끼고 싶어 하며, 이미 내린 판단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확증편향이 강해질수록 우리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한번 내린 판단이 왜 쉽게 바뀌지 않을까?

사람은 매 순간 수많은 정보를 접합니다. 그 모든 정보를 처음부터 검토하고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과 기존의 생각을 바탕으로 빠르게 상황을 해석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일상생활에서 효율적일 수 있지만, 때로는 잘못된 판단을 계속 유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직장 동료가 첫 만남에서 무뚝뚝하게 행동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고 '저 사람은 차갑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후 동료가 회의에서 의견을 짧게 말하면 역시 무뚝뚝하다고 느낍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지 않으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합니다. 처음에 내렸던 판단이 이후의 행동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동료는 단순히 낯을 가리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업무에 집중하느라 말수가 적을 수도 있고, 개인적인 고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의 판단이 반드시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몇 가지 행동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확정하면 이후에 접하는 정보도 그 판단에 맞춰 해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우리가 처음에 내린 판단은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사실을 해석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2. 싫어하는 사람의 행동은 왜 모두 부정적으로 보일까?

확증편향은 인간관계에서 특히 쉽게 나타납니다. 누군가와 갈등을 겪거나 그 사람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되면 이후의 행동을 해석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 동료가 자신의 의견을 자주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느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동료가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해 불편함을 느꼈다면, 이후에는 그 사람의 행동을 다르게 보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 회의에서 의견을 말하면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 다른 사람의 말을 보충하면 잘난 척한다고 느낍니다.

  •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 자신의 공로를 드러내려 한다고 해석합니다.

  • 조용히 있으면 분위기를 살피며 기회를 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부정적인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때 우리는 상대방의 실제 행동뿐 아니라 그 행동에 붙인 의미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실제로 지나치게 자기주장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공로를 가로챌 수도 있습니다. 그런 행동이 반복된다면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무엇을 하든 항상 같은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한다면, 상대방의 행동뿐 아니라 나의 해석 방식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확증편향은 내가 옳다는 느낌을 강화한다

확증편향이 강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판단을 지지하는 정보를 발견했을 때 확신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평소 나에게 무관심하다고 생각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어느 날 배우자가 내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때 '역시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배우자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 오거나 힘든 일을 도와주더라도 '미안하니까 그러는 거겠지' 또는 '이번 한 번뿐이겠지'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부정적인 증거는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근거가 되고, 긍정적인 증거는 예외적인 일로 처리됩니다.

결국 어떤 정보가 들어와도 기존의 믿음이 바뀌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심리학적으로 중요한 점은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하는 것과 그 생각이 실제로 옳다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내 생각과 일치하는 사례가 있다고 해서 모든 상황에 같은 해석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되는 사례가 반복해서 나타난다면 기존의 판단을 조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4. 확증편향은 가까운 관계에서도 갈등을 만든다

확증편향은 직장뿐 아니라 부부 관계, 가족 관계, 친구 관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부 관계에서

배우자가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배우자의 작은 실수도 무관심의 증거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내가 부탁한 일을 잊어버리면 '내가 중요하지 않으니까 잊은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반면 배우자가 집안일을 하거나 나를 위해 시간을 내더라도 그 행동은 당연한 일로 여길 수 있습니다.

이런 해석이 반복되면 상대방이 실제로 어떤 마음인지 확인하기보다 이미 내린 결론을 중심으로 관계를 바라보게 됩니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부모가 아이를 게으르다고 생각하면 아이가 숙제를 늦게 시작하는 행동은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준비물을 챙기거나 어려운 과제를 끝까지 해낸 모습은 상대적으로 덜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아이의 다양한 행동을 살펴보기보다 '우리 아이는 원래 게으르다'는 평가를 반복하게 될 수 있습니다.

직장 관계에서

동료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 동료의 작은 실수도 의심의 근거가 됩니다. 반면 업무를 정확하게 처리하거나 약속을 지킨 행동은 당연한 일로 넘길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상대방이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얻기 어려워지고, 실제 행동과 관계없이 불신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확증편향은 상대방을 평가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그 평가가 다시 관계의 분위기를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5. 확증편향과 직관은 어떻게 다를까?

어떤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확증편향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 직관은 과거의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빠르게 형성될 수 있으며, 때로는 실제 위험이나 문제를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직관을 느꼈다는 사실보다 그 판단을 어떻게 다루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동료가 약속을 반복해서 어기고, 업무 결과를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며, 자신의 실수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다면 그 사람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구체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반면 한 번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확정한다면 판단의 근거가 충분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상황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체적인 근거에 기반한 판단: 반복적으로 관찰된 행동과 확인 가능한 사실을 토대로 결론을 내립니다.

  • 확증편향의 영향을 받은 판단: 처음 내린 결론에 맞는 정보만 강조하고, 맞지 않는 정보는 충분히 검토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을 좋게 생각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무조건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어떤 근거 위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입니다.

6. 확증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섯 가지 방법

확증편향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없애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판단을 점검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첫째, 사실과 해석을 구분한다

상대방이 회의에서 내 의견에 답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실은 '상대방이 내 의견에 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를 무시했다', '내 의견을 싫어한다', '일부러 기분을 상하게 하려 했다'는 것은 그 행동에 대한 해석입니다.

해석이 맞을 수도 있지만, 확인하기 전까지는 사실과 구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스스로 다음과 같이 질문해 보세요.

'내가 직접 확인한 사실은 무엇인가?'

'그 사실에 내가 덧붙인 의미는 무엇인가?'

이 질문만으로도 추측을 확정된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내 생각과 반대되는 증거를 찾아본다

확증편향을 줄이려면 내가 믿고 있는 생각을 지지하는 정보뿐 아니라 반대되는 정보도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동료는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행동만 떠올리지 말고, 반대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던 적은 없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억지로 상대방을 좋게 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한쪽의 정보만 선택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셋째, 다른 가능한 설명을 생각한다

상대방이 답장을 늦게 했을 때 '나를 무시한다'는 해석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빠서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답변을 생각하느라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답장을 피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러 가능성을 생각한다고 해서 가장 긍정적인 설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의 해석만 정답으로 정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넷째, 결론을 내리기 전에 구체적으로 확인한다

추측이 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직접 질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료의 행동이 반복적으로 불편했다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회의에서 제가 의견을 이야기했을 때 답변을 듣지 못해서 궁금했어요. 제 의견에 다른 생각이 있었나요?”

이처럼 관찰한 행동과 자신의 궁금증을 중심으로 질문하면 상대방의 의도를 미리 단정하지 않고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위협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직접 대면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안전한 의사소통 방법이나 제삼자의 도움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판단을 수정한다

사람은 자신의 판단을 바꾸는 일을 패배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를 반영해 생각을 수정하는 것은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검토하고 필요할 때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은 유연하게 사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처음에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할 만한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 변화도 판단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처음에는 좋게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견된다면 그 역시 다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을 때 기존의 생각을 조정할 수 있는 태도입니다.

7. 나의 생각이 항상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확증편향에 대해 배우다 보면 자신이 내린 판단을 모두 의심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증편향을 경계한다는 것은 자신의 직관이나 경험을 무조건 부정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의 행동이 반복적으로 불편하거나 신뢰하기 어렵다면 그 느낌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리를 두거나 경계를 설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만 자신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반대되는 증거를 함께 살펴보고, 실제로 관찰한 행동을 중심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군가를 무조건 믿을 필요도 없고, 무조건 의심할 필요도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신뢰의 정도를 조절하고,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 판단을 다시 살펴보면 됩니다.

마무리: 내 생각을 지키는 것보다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확증편향은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생각에 맞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놓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굳어지고, 가까운 관계에서도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도 점검해야 합니다.

내가 본 것은 실제 행동인지, 그 행동에 내가 붙인 의미인지 구분해 보세요. 내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뿐 아니라 반대되는 증거도 살펴보세요.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판단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세요.

성숙한 판단은 언제나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내가 틀렸을 가능성도 살펴볼 수 있을 때 더 정확한 이해에 가까워집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조건 좋게 생각하는 것도, 무조건 의심하는 것도 아닙니다. 보이는 행동을 차분하게 살펴보고,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며, 필요할 때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