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 애착은 정말 고칠 수 없을까?

작성자: 지현

연애나 부부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회피형 애착’이라는 표현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갈등이 생기면 대화를 피한다.

상대방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거리를 둔다.

이런 행동을 보면 “저 사람은 회피형이라서 어쩔 수 없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애착 연구에서는 애착을 단순히 바꿀 수 없는 성격 유형으로 보지 않습니다. 애착은 과거와 현재의 관계 경험에 영향을 받으며, 관계 속에서 변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회피형이라고 해서 사랑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회피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가까운 관계를 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함입니다.

상대방이 “우리 이야기를 좀 하자”고 하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보다 압박감을 먼저 느낄 수 있습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일단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쪽은 계속 대화를 요구하고 다른 쪽은 계속 거리를 두는 패턴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이유

회피적인 사람에게 감정적인 친밀감은 단순히 좋은 경험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고, 상대방이 나에게 의존하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갈등 상황에서는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억누르고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APA의 애착 관련 자료에서도 회피적인 애착 성향은 친밀감이나 의존에 불편함을 느끼고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억제하거나 물러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그렇다면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회피형 인간’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구체적인 행동을 관찰해야 합니다.

“나는 회피형이다”보다

“갈등이 생기면 대화를 중단하고 혼자 있으려고 한다.”

“상대방이 감정을 표현하면 해결책부터 찾으려고 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의지하면 부담을 느낀다.”

처럼 표현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행동은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 있는 것과 관계를 회피하는 것은 다르다

건강한 관계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합니다.

문제는 혼자 있는 시간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휴식인지, 갈등 자체를 피하기 위한 도피인지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감정이 너무 올라와 있어서 한 시간 정도 혼자 있고 싶어. 저녁에 다시 이야기하자.”

라고 말하는 것과

아무 말 없이 연락을 끊고 며칠 동안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첫 번째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거리를 조절하는 행동입니다.

두 번째는 상대방에게 불확실성과 불안을 남길 수 있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작은 약속에서

회피적인 관계 패턴을 바꾸려고 한다면 갑자기 감정을 많이 표현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나중에 이야기하자”라고 말하되, 언제 이야기할지 정합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바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먼저 들어봅니다.

불편한 감정을 한 문장이라도 표현합니다.

혼자 있고 싶을 때 상대방에게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런 작은 행동이 반복되면 관계에서 안전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회피형’이라고 진단하지 않기

인터넷에서 애착 유형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서 상대방의 행동을 쉽게 심리 유형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애착 이론은 누군가를 진단하거나 낙인찍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이유가 반드시 회피형 애착 때문인 것도 아닙니다.

성격, 스트레스, 관계의 만족도, 생활환경, 과거 경험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회피형이야”보다

“우리가 갈등이 생기면 당신은 대화를 멈추고, 나는 더 불안해지는 것 같아.”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관계를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애착 유형은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관점일 뿐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패턴을 알아차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경험하면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회피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