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는 동료, 꼴 보기 싫은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사람이 한 명쯤 있습니다.
회의만 시작하면 누구보다 먼저 손을 들고 이야기합니다.
상사가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자신의 업무를 설명합니다.
팀에서 작은 성과가 나와도 자신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이 한 일에도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까지 하지?”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되나?”
“나대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심지어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도 그 사람의 행동 자체가 꼴 보기 싫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똑같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인데도 어떤 사람은 멋있어 보이고, 어떤 사람은 유난스럽게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요?
‘나대는 사람’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행동이 섞여 있습니다
‘나댄다’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만 심리학적 용어는 아닙니다.
직장에서 우리가 흔히 ‘나댄다’고 느끼는 행동에는 여러 가지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성과를 자주 이야기하는 행동
회의에서 발언을 독점하는 행동
상사에게 지나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동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자주 끼어드는 행동
자신의 의견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행동
인정받고 싶어 하는 모습을 강하게 드러내는 행동
다른 사람의 공로까지 자신의 성과처럼 이야기하는 행동
등입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단순히 “나대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기 전에 실제로 어떤 행동이 불편한지 구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저 사람은 나대.”
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이 부정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반면
“회의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자주 끊는다.”
“자신의 성과를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라고 구체화하면 내가 불편해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훨씬 명확해집니다.
적극적인 사람과 나대는 사람은 다릅니다
직장에서 적극적인 태도는 반드시 부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새로운 일을 맡고, 상사에게 자신의 성과를 알리는 것은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특히 자신의 업무 성과를 적절하게 알리는 Self-Promotion(자기홍보)은 조직생활에서 자신의 기여도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기홍보 자체가 아니라 그 방식과 정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가 담당한 부분은 여기까지 진행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이번 프로젝트가 잘된 건 사실 제가 거의 다 했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다릅니다.
전자는 자신의 역할을 설명하는 것이지만, 후자는 다른 사람의 기여를 축소하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과 다른 사람의 말을 끊고 자신의 이야기만 계속하는 것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저 사람이 그렇게 싫을까?
여기서 조금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사람이 정말 잘못해서 싫은 걸까?”
물론 실제로 문제가 있는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상대방의 행동이 나의 심리적인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에 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열심히 일하지만 자신의 성과를 잘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옆자리 동료는 작은 성과도 적극적으로 알립니다.
상사는 그 동료를 칭찬합니다.
그러면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나는 저 사람보다 더 열심히 했는데…”
“저 사람은 자기 자랑만 하는데 왜 저 사람만 알아주는 거지?”
이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짜증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억울함, 박탈감, 질투, 경쟁심,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함께 작동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질투라고 인정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직장에서 다른 사람을 보며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쉽게 상대방의 문제부터 찾습니다.
“저 사람은 너무 잘난 척해.”
“상사한테 아부하는 것 같아.”
“관심받으려고 그러는 것 같아.”
물론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것이 부러울 수 있습니다.
상사에게 인정받는 것이 부러울 수도 있습니다.
자신 있게 의견을 말하는 태도가 부러울 수도 있습니다.
성과를 잘 드러내는 능력이 부러울 수도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는 왜 저 사람이 싫지?”라는 질문을 “저 사람의 어떤 행동이 나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지?”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 질문을 하면 상대방을 평가하는 대신 나 자신의 감정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인정 욕구가 건드려졌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 Need for Recognition, 즉 인정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노력한 만큼 알아주기를 바라고, 내가 가진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심리입니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인정받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일을 많이 한 사람보다 자신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더 눈에 띌 수도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조용히 일하는 사람은 억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묵묵히 일했는데 왜 저 사람만 주목받지?”
이런 생각이 반복되면 관심을 받는 동료가 점점 더 싫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도 인정받고 싶었구나.”
라고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인정 욕구를 인정한다고 해서 상대방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상대방의 행동과 나의 감정을 분리해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선을 넘는 동료도 있습니다
모든 불편함을 내 마음의 문제로 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의 행동이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면 그것 역시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공로를 자신의 것으로 말한다.
회의에서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반복적으로 방해한다.
자신의 성과를 위해 동료의 실수를 과장한다.
정보를 독점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고 한다.
상사에게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동료에게는 무례하게 행동한다.
자신의 실수를 다른 사람에게 돌린다.
이런 행동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내가 질투해서 그런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구체적인 행동 자체가 관계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기 성찰과 상대방의 행동 관찰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나대는 사람’이라는 꼬리표입니다
한 번 누군가를 “나대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면 그다음부터는 모든 행동이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회의에서 조용히 있으면
“오늘은 왜 조용하지?”
라고 생각하고,
말을 하면
“또 나대네.”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도움을 주면
“또 생색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판단과 일치하는 정보에 더 주목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놓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평가하기보다 행동을 관찰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래.”
가 아니라
“오늘 회의에서 세 번 다른 사람의 말을 끊었다.”
처럼 구체적인 사실을 보는 것입니다.
꼴 보기 싫다고 해서 꼭 상대를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직장에서는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낼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동료를 좋아하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목표를 바꿔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가 아니라
“저 사람 때문에 내 감정을 지나치게 소모하지 않는다.”
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당히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동료를 좋아하지 않아도 업무는 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해도 필요한 의사소통은 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예의와 업무상의 기준은 지킬 수 있습니다.
상대의 관심보다 나의 업무에 집중하세요
나대는 동료가 계속 신경 쓰이는 이유는 그 사람의 행동을 계속 관찰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 상사한테 가네.”
“또 자기 이야기하네.”
“또 저 이야기를 하는구나.”
이렇게 상대방을 계속 모니터링하면 정작 나의 업무에 사용할 에너지가 줄어듭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질문은 간단합니다.
“그래서 내 업무에는 실제로 어떤 영향이 있지?”
만약 실제 피해가 없다면 굳이 모든 행동에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람이 상사에게 자신을 얼마나 어필하는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지는 그 사람의 영역일 수 있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업무, 나의 의사소통, 나의 감정적인 반응입니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감정이 아니라 사실로 이야기하세요
상대방의 행동 때문에 업무에 문제가 생긴다면 참기만 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OO님은 너무 나서시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면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신 구체적인 행동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제 설명이 끝나기 전에 여러 차례 의견이 들어오면서 전달해야 할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또는
“이 부분은 제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라서 먼저 설명드린 뒤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라고 경계를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성격을 판단하지 않고 행동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나대는 동료를 보면서 나를 돌아보는 방법
때로는 불편한 사람이 나에게 중요한 힌트를 주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싫은 이유를 하나씩 적어보세요.
예를 들어,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것이 싫다.”
라고 적었다면 다시 질문합니다.
“나는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은가?”
“자기 성과를 자랑하는 것이 싫다.”
라고 적었다면,
“나는 내 성과를 제대로 알리고 있는가?”
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싫다.”
라고 적었다면,
“나는 내 의견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가?”
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은 상대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방 때문에 흔들리는 나의 심리적 지점을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모든 사람을 좋아할 필요는 없습니다
직장에서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중에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그 사람의 행동을 지나치게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만 옳다고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행동과 나의 감정을 각각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나대지?”
라는 생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저 사람이 실제로 한 행동은 무엇이고, 나는 그것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라고 질문해 보세요.
그 순간 ‘꼴 보기 싫다’는 감정 뒤에 숨어 있던 짜증, 경쟁심, 억울함, 인정 욕구, 불안감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이해하면 상대방을 바꾸지 않고도 내 마음을 다루는 방법이 생깁니다.
직장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을 좋아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도 나의 에너지를 지키면서 일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어쩌면 직장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인간관계 능력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릅니다.